cecil-e 2005. 6. 9. 02:50


맨살을 스치고 가는
바람이 참 시원했다.
며칠 동안 빛드는 거리를
안경만 달랑 걸치고 다녔는데..
오늘 보니 얼굴이 그새
거뭇거뭇 거리는 것 같아
썬 크림 바르고
그이가 촬영때 예쁘다면서
가져다 준 하얗게 수놓아진
양산을 활짝 펴들고 나갔다.
매번 조금 일찍 나가
걷는다고 하고 선...
오늘도 두어정거장을
또 택시로 갔다.

햇살이 좋아선지 괜히
마음도 살랑였다.
'아마 수업이 많아도
책을 다 읽어서 그럴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잘 쓰든 못 쓰든
밀린 숙제를 한 기분이어서 일거야
유년의 뜰에서
작은 아이들과
그 냇가와 고향에서
참 많이 놀았으니말야
그래서 오후내내 행복했던거야~

오래도록 안쓰다 써서 그런지
글이 자꾸 막혔는데...
암튼, 또 후다닥 쓰긴 했지만
두어 번 퇴고하니 봐줄만 했어
도향이와 다연이랑
금이를 만나고 나오는데
유영이네 팀 아이들이
김밥을 쌌다고 숲에서 만나자고 했다.
아이들과 먹을 크래커와 레몬티를
사들고 유키녀석 쿠키도 샀다.
바스락 거리는 비닐봉지를 들고
또 숲속을 향했다.

걷는 길에 담장을 수놓던
넝쿨 장미꽃잎이 바닥에
그림처럼 박혀있다.
오월의 꽃이 지더니..
유월의 꽃도 지고 있구나...
꽃진 자리가 쓸쓸하지 않았다.
빛과 어우러진 꽃잎이
적당히 어울려 바람을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가방속의 디카를 꺼내려다
아이들에게 내가 쓴 동화를
들려주었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참 다행이다.
걸어오는 길에도 꽃들이 바람을 타고
나를 따라 왔다.
늦은 밤까지 책과 함께 보낸 하루!
오늘은 벅차게 시간이 가버렸다.
지친 상태로 밥을 꾸역꾸역 먹고
딸아이 2분 스피치까지 봐주고 나니
새 날이 와 버렸다.

창가에 별은 반짝 웃고 있는데
이제 나는 일찍 일어날 아침을 위해
쿨~~


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
- 예민 -

아서 아서
꽃이 떨어지면 슬퍼져
그냥 이 길을 지나가
진한바람 나는 두려워 떨고있어
이렇게 부탁할께

아서 아서
꽃이 떨어지면 외로워
그냥 이 길을 지나가
빗줄기는 너무 차가워 서러움이
그렇게 지나가줘

검은 비구름 어둠에 밀리면
나는 달빛을 사랑하지
이런 나의 마음을 헤아려주오
맑은 하늘과 맑은 태양아래
나를 숨쉬게 하여주오
시간이 가기전에

꽃은지고 시간은 저 만큼가네
작은 꽃씨를 남기고
길을 따라 시간을 맞이하고 싶어
바람을 기다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