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포럼

2017,1월 제비꽃 포럼

cecil-e 2017. 3. 5. 00:02
T - 기다림, 설레임, 성탄. 사랑.
매체 - 성탄(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성탄 이야기 / 요제프 라칭거)

*안토니아스 라인 / Antonia's Line, 1995 제작. 마를린 호리스 감독

시작 기도: 너의 죄를 씻으니 / 하늘바라기
천천히 오는 기다림 / 이응인

아이들 모두 집으로 간
토요일 오후
햇살만 가득 뛰어노는 운동장 내다보며
벗나무 그늘 이어진 둑길을 걸어
은행나무며 살구나무 아래를 지나
네가 오는 모습을 그려보는 게 좋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오는 기다림이라
비어 있는 건 모두
부시게 빛이 난다.



*성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성탄 공현 강론 14편 모음집.

"아기가 태어나던 그날 밤은 몹시 추웠지.
그래서 나는 황소에게 아기가 따듯하게
부드러운 입김을 불어 달라고 했지.
그리고 언덕에서 온 목자들과
세 명의 동방박사가 아기를 보러 왔어.
나는 그 아기가 아주 중요한 사람이지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큰 위험에 처했다는 걸 알았지.
-크리스마스 이야기 애니메이션, 당나귀 아저씨의 대사 중에서





*안토니아스 라인
2차 세계대전 후 네덜란드 작은 마을.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딸 다니엘과 고향으로 돌아온 안토니아.
어머니의 농장을 이어받고 척박한 땅을 일구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안토니아.
4대에 걸친 여성들의 삶과 독특한 가족 관계를
유쾌하게 해학적으로 그린 페미니즘영화.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호리스는
마술적 리얼리즘과 대륙적 철학의 요소들을 여자가
이끄는 사회에 대한 유토피아적 비전과 적절하게 결합시켰다.
〈안토니아스 라인〉은
여자 감독의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생각해보기

-이번 성탄에 나에게 오신 아기 예수님은 어떠셨나요?
-아기 안에 숨어 계신 예수님을 만나셨나요?
-성탄을 읽고 인상적인 장면, 말씀. 들려주고 싶은 것?

-안토니아스 라인의 인물들 중 들려주고 싶은 인물에 대해
(크룩 핑스, 올가, 디디, 루니, 테레사, 다니엘, 피터, 디디엄마, 미친 마돈나, 신학자, 세라,--)
전쟁을 겪고 염세철학자가 된 안토니아의 소꼽 친구 (크룩 핑스) 굽은 손가락,
마을의 산파이자 장의사이며 카페 주인인 올가,
대지주의 저능아 딸 디디, 이교도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해 보름달이 뜰 때마다 늑대처럼 울부짖는 마돈나,
이 마을에서 20년이나 살아왔지만 이방인 취급만 받는 홀아비 농부 바스.

-같이 어울려 살려면 어디까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감독의 대범함에 대해 생각해보기.
내가 안토니아라면?
나의 노후에 혼자가 되었다면 어떤 하루하루를 살고 싶은가?

-안토니아의 너른 마당
(다양한 삶의 방식, 가족 형태가 공존.
사소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존재를 인정.
그 마당에서는 아무도 괴롭지 않고 외롭지 않고
남성이든 여성이든 동성애자든 장애인이든
그들 자신의 모습으로 사랑하며 살아간다.)
*식사를 하려면 의자가 더 필요하고 식탁도 필요한데
그것은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 그냥 와서 식사만 하시면 됩니다.

*두 작품을 통해 떠오르는 성서 말씀은?
*하이쿠 시로 표현해보자.

끝기도 : 쇼팽 녹턴 / 나를 찾게 해주는 당신 - 김용택
영광송

2월 매체
요나와 함께 한 40일
지상의 별처럼

나를 찾게 해주는 당신 - 김용택

내 당신께 쉽게 가지 않았습니다.
발소리, 숨소리 죽이며 가시를 이고 갔습니다.
그러나 모든 걸 불사하고 격렬히 달아갔습니다.
인생이 허무 위에 서 있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허무가 아름다워지고
살아 숨쉬기 시작하는걸 보았습니다.
당신은 인간의 존재, 고독, 아픔, 고요, 가난과
거기에서 오는 평화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나는 그 은혜로운 밤으로부터 영원히 그것을 깨우쳤습니다.
세상에서 사철 피고 지는 그런 꽃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꽃은 한번 피기가 어렵고
한번 피면 질 수 없는 꽃이었습니다.
그것이 모두 미망일지라도 말입니다.
이제 한없이 당신께 날아가던 그리움이
무겁게 내 안으로만 파고들어 더욱 그리워지게 되었습니다.
이 그리움은 당신을 만나도 만나도 갈증을 남겨 주리란 것을 압니다.
당신께 첫 이슬을 다 받아 드렸습니다.
이제 비를 기다려야 합니다.
한낮의 기갈을 견디게 해 줄 비를 겸손히 인내로이 기다려야 합니다.
어찌해야 될 줄 모르겠습니다.
바람 부는 들녘에 나와 섰습니다.
바람이 부는 대로 온갖 풀꽃들이 흔들립니다.
그러나 바람이 저 들을 흔들었다고 감히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바람 속에서도 저 풀꽃들은
눈부시게 꽃 피우며 가을들녘을 지키고 서 있으니까요.
이 들녘에서 당신을 생각합니다.
내 안에 깊은 홈을 파고 물길을 돌려와 당신이 흘러갑니다.
그 물길이 눈물일랑가도 모릅니다.
영겁을 건너온 듯싶습니다.
이제야말로 아픔을 건너온 듯싶습니다.
정녕 고통을 건너온 사람이라면
늘 평화의 주인이고, 겸손하고, 서두름 없는 침묵의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할진대 저는 고통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제야 어렴풋이 지극한 아픔에서 오는
고요와 시림과 싸늘한 평화를 누릴 수 있으리라 예감이 듭니다.
이 자리가 은혜롭습니다.
결코 빼앗기고 싶지 않은 내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그 은혜로운 밤으로부터 돌려받은 내 자리, 내 자리입니다.
이 시립고 아픈 고독, 고요, 허무, 가난, 여기에 평화가 사는 줄 알겠습니다.
이 자리가 사랑할 자리인 줄도 알겠습니다.
감사 드려요, 언제나 나를 찾게 해 주시는 당신.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 이기철

저녁이 되면 먼 들이 가까워진다
놀이 만지다 두고 간 산과 나무들을
내가 대신 만지면
추억이 종잇장 찢는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겹겹 기운 마음들을 어둠 속에 내려놓고
풀잎으로 얽은 초옥에 혼자 잠들면
발끝에 스미는 저녁의 체온이 따뜻하다
오랫동안 나는 보이는 것만 사랑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것도 사랑해야 하리라
내 등뒤로 사라진 어제, 나 몰래 피었다 진 들꽃
한 번도 이름 불러보지 못한 사람의 이름
눈 속에 묻힌 씀바귀
겨울 들판에 남아 있는 철새들의 영혼
오래 만지다 둔 낫지 않은 병,
추억은 어제로의 망명이다
생을 벗어버린 벌레들이 고치 속으로 들어간다
너무 가벼워서 가지조차 흔들리지 않는 집
그렇게 생각하니 내 생이 아려온다
짓밟혀서도 다시 움을 밀어 올리는 풀잎
침묵의 들판 끝에서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