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거기에 두고 온 가을...
cecil-e
2011. 10. 24. 01:13

올가을은
아마도 잊지 못 할 거야
스산했던 날들 속에서
만났던 고운 사람들
내가 그들에게 그랬듯이
나에게도 비타민 같았지….
눈물 나리만치 고마웠어
모든 걸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접고
가볍게 바람을 따라 떠나왔어.
수백 권의 동화책을 도서관에 기증하고
고마운 이들에게 하나씩 내 물건들을 건네면서
행복했어. 얼마나 가벼웠는지 몰라
많은 걸 주면서 살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욕심이 많았나 봐
날개를 달고 나는 것처럼
가볍고 참 행복했지….


가을 햇살 좋은 날~


유키랑 난 산길을 걷고


그이는 산 밤을 주웠지
그곳에서의 가을은 그렇게 시작됐고,
그곳에서의 소소한 이야기들은
거기에 감빛으로 내려놓았어.
나는 또 변신을 했으니 말이야
시간은 참 빠르고
놀라운 일들이 그늘 속에서
햇살로 내렸어
어쩌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게는 참으로 길고 지루했어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늘 나를 기억해주는 친구와 언니
가족들 신부님, 수녀님, 고운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 대한
믿음이었지.
잠깐 잊었던 사람들이
머릿속에 하나씩 둘씩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당분간은 잊었던 것처럼 그렇게 지낼래.
많아서 좋은 것이 결코 아님을
이젠 알았으니까….
변화된 일상에 적응하느라
고단했지만
희망이 있기에 즐거워!
그분이 내게 어떤 작업을 하실지
난 그냥 그분이 시키는 대로
따를 거야
요즘은
눅눅한 곳에 향기를 들이는 중이야
그 안에서 재잘대는 내 아이들이
그래도 씩씩하게 자신의 일을 잘하고 있음에
난 그저 감사하지
'그래, 이렇게 시작하는 거야.'
걱정되었던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주시는 주님….
어쩌면 이 모든 일이 그분의 계획이었는지 몰라
난 이제 나의 이야기를
내 안에 있는 아이의 소리를
작게 소리 내지 않고 속삭여야겠지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은 보너스 같은 시간이야
사랑하고
감사하고
사랑하고
또
비우고
그러기에
이 가을은 더 고운 감빛으로 물들일 수 있을 테지


내려오는 그 길에
사이좋게 피어 있던 여뀌들처럼
이 가을
난 분홍빛을 가슴에 물들여야지
문학 기행 때 따먹었던 까마중도 거기에
진한 빛으로 익고 있었어
친구들이 그리웠지….
거기에 두고 온 가을
그 가을을 사랑하기에
나는
곧 분홍 봄을 만날 거야
아주 곱고 싱그런 봄을….
그럼
달려가야지
그 푸른 시간을 주우러….
천천히 가고 싶었습니다
내 삶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몰라도 가는 동안
나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음미하고 싶었습니다.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달라지는 세상
그 세상의 숨소리 하나라도 빠뜨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삶의 끝, 그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되도록 천천히 가고 싶었습니다.
/이정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