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와 시의 숲...

탑과 꽃과 새와 나 / 한보리님..

cecil-e 2011. 2. 11. 20:37





오후 내내 탑을 쌓았다

돌무더기 앞에 앉아

내 마음의 창으로 새 한 마리 난다

오후 내내 꽃 앞에 앉아 내가 누구인가를 물었다



아무 것도 아니라 한다

다만 흘러 갈 뿐이라 한다

내가 쌓은 탑을 무너뜨리고 쓰러지라 한다

다만 꽃잎처럼 흐르라 한다

바람 속으로 흘러가라고 한다



오후 내내 꽃 앞에 앉아 내 안의 나를 지운다

오롯이 한 가지를 너를 위해 비운다


(한보리 book & cd <꽃 한송이 주지 못했네> 당그래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