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주님, 당신은...

cecil-e 2010. 10. 30. 01:23






간간이 불던 바람이
이따금 폭풍으로 들이칠 때마다
당신은 정말 예상치 않은 기적을 보이시며 다녀가십니다.

아!
그날도 그랬어요.
안되는 일을 되게 하시고
머릿속에 그려지는 얼굴들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알게 해주셨지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순간,
마음 가는대로..
침묵하며 당신을 기다릴 뿐..
당신은 더디 오시지만
결국은 오신다는 것입니다.

아침 해가 붉게 일어설 때
거울 속에서 당신을 봅니다.
말씀으로 배를 채우고 일어서는 시간은
또 다른 감사입니다.

몸을 움츠리고 당신과 함께 달립니다.
추위에 파르르 떠는 소국을 보며
지금은 겨울이 아니고 가을이라고
가을빛으로 곱게 익고 물든 거라고
입술을 깨물며 눈 부신 햇살 속으로 달려나갑니다.
당신이 주신 오늘 이 하루가 햇살과 바람, 비를 만나
더 고운 가을빛으로 저를 물들이기 위해
날마다 당신은 오십니다.
가을이라고 우기면서도 겨울을 칭칭 두르고 나간 제게
오늘은
거실 가득 주홍빛으로 단내를 내려놓으셨지요.


그 가을,
서둘러 곱게 나누었습니다.
아이들 얼굴에 주홍빛 도장을 콕 찍어주고 돌아서던 밤길은
가로등 불빛이 내려 감빛으로 가득했습니다.
'여전하겠지?'
문득 떠오르는 얼굴.
보고 싶었습니다.
흙길을 따라 총총 걷는 제 얼굴이 금세 홍시입니다.

당신과 함께인 이 밤은 여전히 향기롭습니다.









주님,
아직은 10월!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