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cil-e 2010. 7. 3. 02:12




문득 내가

남의 옷 입고 있는 것 같은 생각들 때가 있다.

보고 듣고 먹고 말하는 것 모두

내가 나라고 여겼던 것이 몽땅

남인 것 같을 때가 있다.

나 대신 걷고 있고,

나 대신 먹고 있고,

나 대신 고민하고 있는 남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는

또 그런 나를 지켜보고 있는 내 속의 또 다른 나를 느끼며 나는

마치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저 유리 속의 옷처럼

장식되어 있는 것이라 생각들 때가 있다.







내 속에 겹쳐 있는 저 많은 나는 누구인가?

쉴 새 없이 소멸하고 생성하는 무수한 시간 중에

내게 허락된 시간은 도대체 어디서 어디까지인가?


... 김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