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cil-e 2010. 3. 17. 02:24






주말에 산수유마을에 갔다.

아직 스산한 바람만 불어서
차를 세워두고 두리번 거리며 거닐었다.





절도 보였고,












빙 둘러 산수유나무가 노란 몽우리를 틔우려는 속삭임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3월말에서 4월 초에 노란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그때 시간을 다시 내야겠다.
















육괴정은 중종때 남당(南塘) 엄용순 등 여섯 선비가 모여
시회(詩會)와 학문을 강론하며 우의를 기리자는 뜻에서
정자 앞에 연못을 파고, 주위에 각각 한 그루씩
모두 6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은데서 유래한다.
세 그루만 현존하고, 나머지는 후손들이 심어
그들의 뜻을 기렸다고 한다.

작고 예쁜 마을을 거닐다가
담장 밑에서 냉이를 만났다.

즉석에서 잘려진 나뭇가지를 들고
냉이를 캤다.
봄을 캐는 재미는 코끝을 향기롭게 달였다.













스테파노랑 보물찾기 하듯 허리를 굽히고
한끼 맛있게 끓여먹을만큼 캐고
집으로 오는 길에 막국수 한그릇 사먹고..
저녁은
냉잇국만으로도 소박한 밥상이 풍요로워
정신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
.








일요일 아침 창엔 눈 부신 햇살이 쏟아졌다.
커튼을 여는데 재갈재갈 녀석들의 속삭임이
하도 즐거워 사진 한 장 담았다.
'예쁘기도 하지~~'

화분을 마당에 내놓고 분갈이를 하고
산아래 마을로 달려갔다.
어쩜 또 냉이가 저곳에도 있을지 몰라..
처음보다 두 배~
신나게 봄을 캐고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에
흙길을 달렸다.
아직 젖지 않은 빨래와 화분을 들여놓고
나른한 오후 낮잠도 즐긴 주말~
저녁은 또 냉잇국으로 봄을 씹었다.

.
.

월요일 빗소리는
마당을 흠뻑 적시며 내렸다.
오늘 포럼인데...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천천히 달렸다.

델리만주를 입에 물고
비가 그친 명동거리를 걸으며
서원에 도착
반가운 수녀님은 햇살로 맞아주셨고
언니들과 그분이 마련한 자리에서
나눈 포럼은 며칠 고민한 응답을
선명하게 주셨다.

'선 자리에서 빛을 내는 우리가 되기..'
진흙탕 속에서도 꽃자리를 만드는
연꽃의 영성으로 향기롭게 다가왔다.
소로우와 법정스님,니어링-
초록 숲 바람이 내게 불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샤샤샤~ 샤샤샤~

애슐리에서 푸짐한 저녁과 수다까지..
오늘 아침은 고단했지만
눈꺼풀은 가벼웠다.

케잌을 사들고 온 큰아이
짐을 챙기고 떠날 준비를 하는 작은아이
나는 또 가슴이 많이 서걱거리겠지만
새로운 봄날의 힘으로 웃을 수 있지 싶다.
아니, 수런거리는 봄날로
나는 크게 웃을 것이다.

날마다 일어나는 일들이
벅찬 설렘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새록새록 보이는
놀라움과 신비로움에
오늘도 감동한다.


.
.





모든 것은 소유하는 사람의 것이 아니고,
그것을 보고 기뻐하는 사람의 것이다.
꽃은 꺽어서 화분에 담을 수 있다.
그러나 봄은 화분에 담을 수 없다.
누리는 것이 곧 지혜다. 장미 한 송이가 자신이 지닌 향기를
다 표현하는 데는 12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 말은 곧 하나의 장미향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12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순간 반짝하고 향기를 맡을 수는 있어도,
시간에 따라 변하는 그윽한 향기를 누리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얼마나 피상적으로 누리며, 순간적으로 사는가.
'누린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한마디로 하늘의 은혜를 훔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소유지향의 삶을 살면 샹들리에가 걸려 있는
천장만 보며 살지만, 존재지향의 삶을 살면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며 살 수 있다.
하느님이 매달 아 놓으신 더 멋진
샹들리에를 바라보며 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소유지향의 삶을 살면 자신의 울타리 안
정원만을 즐기지만, 존재지향의 삶을 살면
온 지구를 정원으로 즐길 수 있다.
요컨대, 진정한 부는 소유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누리는 자의 것이다.
이 깨달음은 우리에게 엄청난 해방감을 준다.
왜 우리는 죽을 때까지 돈을 모아야 되고,
큰 집을 지어야 되고, 아등바등하며 인생을 허비해야 하는가.
따지고 보면, 그러다가 정신없이 살다가 허둥지둥 죽는 것이
많은 이들이 걷는 코스가 아닌가.
그건 비극이다.
그러기에 아예 생각을 바꿔 지금 주어진 것을 누리라는 것이다.

..행복선언/ 차동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