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그날그날이..
cecil-e
2009. 10. 15. 00:12
어젠..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처럼
묵주를 잡는다.
오늘 하루도 잘 살게 해달라고-
정말 오늘도 행복하게
잘 살았다.
요즘은
주님이 주시는 은총의 시간에
밀렸던 일들을 하나씩 한다.
그렇게 노력해도 안되던 일들이
조금씩 조금씩 길들고 있는 것 같다.
하루 중 만나는 영화 속 이야기
동화 속에서 만나는 아이들
다른 이의 생각을 읽는 시간
혼자서 듣는 노래들
언제나 내 옆에서 잠자는 유키녀석을
반죽하듯이 장난감처럼 만지고 놀아주는 일
창밖을 보다가 커피 한잔 내려 마시고
친구와 함께 서로에게 이불이 되어주는 일
말이 적어지니 덜 그리워지고
그냥 그렇게 미루고 미루게 되는 일들
그 안에 흐려지는 사람들
이젠 서운함이 아무렇지도 않아지는 일
어느새 내 가슴은 그런 시간에 길들었지 싶다.
익숙한 향기가 그리워질 때면
아끼면서 기다리는 일
그 시간을 기다리면서 설레는 일
머릿속에 꿈의 풀밭은 늘 연둣빛 봄이다.
모두 나간 아침에 딸아이 운동화를 빨았다.
아팠던 팔이 제법이었다. 감사한다.
옥상에서 말리려다 베란다 창밖에 펼쳐 놨는데
빗소리가 무섭게 들렸다.
앞 베란다 의자 위에 올려놓고
면접 때 입을 작은 아이 남방도
하얗게 손빨래를 했다.
다시 햇살과 바람이 지나가고
또 다시 빗소리가 들렸다.
숙제처럼 해야 하는 일을 하다보니
3시가 지나고 있었다.
호박과 양파, 매운 고추를 썰어 넣은
부추전 두 장을 노릇하게 구워먹고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요즘 보았던
'벨라' '샤넬 코코' '여름의 조각들'
'쉘위 키스' '미인도' '크리스마스 별장'을 떠올리다가
경쾌해지고 싶어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 을 다시 봤다.
'해도 하늘이 개기 전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에디가 페이지에게 들려주던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저녁은 깜깜하고 축축해서 보일러를 돌렸다.
하나씩 모여지는 시간
방안은 노랗게 따뜻해지고 있었다.
감사 기도를 드리며 빛을 보았다.
그래서 또 나는
내 마음에 햇살을 널면서 환하게 웃었다.
.
.
빨간 사과 하나를 깨물며
호박전을 부치고
참치조림을 매콤하게 했다.
작은 아이가 맛있게 먹고 일찍 나갔다.
독감 주사를 맞은 큰아이는 얼굴이 핼쓱하다.
수업이 휴강이라고 늦게까지 자려고 했는데
잠이 안 온다며 괜히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옥수수를 삶았다고 친구가 빨리 오라고 해서
잉크 빛 가디건을 걸치고 커피 알을 담아
종종거리고 달려갔다.
군고구마와 옥수수 그리고 커피
푸짐한 수다를 떨면서 노래를 들었다.
숙제를 해야 해서 대강 보내다 서둘러 집으로 왔다.
엄마가 고구마 가져가라고 하셨는데
읽고 분석해야 할 원고가 책 두 권 분량이었다.
큰아이가 이런저런 얘기를 해서
같이 보내다가 4시가 넘어서야 원고를 읽었다.
모두 글을 참 잘 쓴다.
내가 걸었던 걸음보다 더 빨리 걷는 친구들...
그래도 거쳐야 하는 단계는 다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이제 보인다.
'이 친구는 어느 정도 걸어왔구나 하는 것이..'
아는 만큼 보이고 가는 만큼 안다는 것은 진리다.
공짜는 없는 것 같다.
새롭게 하나씩 보이는 것들은 내게 빛으로 온다.
그때 느껴지는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겸손해진다는 것..말수가 적어진다는 것..
부끄럽다는 것이 천천히 그만큼의 거리로 걸어온다.
버겁게 주시는 새로운 것들..
천천히 그것들을 씹으며 사람들이 읽힐 때
내 눈과 마음은 투명해진다.
감사하다 모든 것들이..
그분이 하시는 모든 것들은 늘 이렇게 놀라움으로
순간순간 감동을 주신다.
식구들이 김밥이 먹고 싶다고 해서 저녁 동네를 걸었다.
어깨를 옹송그리며 걷는데 바람은 찼지만 상쾌했다.
깜깜한 하늘은 높았지만 별은 보였다.
유난히 반짝이며 웃는 별과 눈을 맞추고
먹거리가 든 봉지를 껴안고 들어왔다.
얼굴을 너무 안 내밀어서 보고 싶다는 전화를 받고
반가움에 오랜만에 통화를 하고 흔적을 남겼다.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오늘도 환하게 웃을 수 있다.
귀한 하루! 감사히 보낸 시간
아침엔 고소한 냄새 풍기며 김밥을 싸야지...
저녁 기도를 드리고 고운 하루를 내려놓는다.
꿈의 아침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