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와 시의 숲...
타인에게 말걸기..
cecil-e
2009. 8. 17. 12:18

용기를 내 전화하고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송화기에서 그의 예의바른 목소리가 두번 흘러나왔다.
아니 예의바르기보다는 평온한 목소리였다.
잘 있다는 뜻이다. 아무런 변화없이...

나는 한마디도 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그렇듯 잘 흘러가고 있는 그의 일상에서
그를 빼내올 자신이 없었다.
그곳에서 그를 돌출시킬 만한
아무 이유도 권한도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는 거기에 잘 있다.
나는 여기에 있다.
... 은희경 / 타인에게 말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