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온통 미안한...

cecil-e 2008. 12. 26. 10:50




사랑해서 미안하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 / 정호승의 '미안하다'중에서


.
.





미안해
가슴이 많이 아픈 건 처음이야
어느 시인의 항복선언을 읽으며
내가 참 부끄럽단 생각이 들었어
골방의 고독 속에 유폐된 적이 있었던가
그런 날들이 얼마나 있었나 생각했어
좀 더 보듬어주고
좀 더 사랑해주지 못하고
바쁘게만-
충분히 널 만지지도 못했는데
그런 다음에도 늦지 않은 건데-
많이 미안해
이젠 진정으로 많이 사랑해줄게
내 곁에 정말 오래 둘게
새 다이어리에 메모를 하면서
창 밖에 내리는 햇살을 봤어
목도 아프고
귀도 콕콕 쑤시고
몸이 아프니 모든 게 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자우룩하다
춥다
보일러를 돌리고
가위로 잘라 놓은 신문을 또 읽었어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멋지게 해내는 시인을 통해
그분은 또 나를 바닥에 내려놓으셨어
수녀님의 편지는 햇살이 되었고
감사하지
이렇게 사랑받으니-
내가 만나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은데 그냥 버려두었구나 싶어
또 여기저기 미안한 것들 투성이네
그리다가만 삽화도 잘 다듬어 줘야 하고
다양한 모습의 이야기들도 많이 만날게
세상의 안테나를 정말 가능한 한 차단하고
아주많이 너와 동행하며 사랑해줄게
내가 사랑 해야 할 것들과
짙은 연애를 할게
결국, 병이 나고 나니
정신이 드네






새 다이어리에 뭐라고 썼는 줄 알아?

'순간순간 사랑하며
순간순간 정성을 다해
순간순간 감사하며
많이 웃기^^*'


그렇게 또 시작하자 우리~





온 세상 푸르던 젊은 날에는
가난에 사랑도 박탈당하고
역마살로 한 세상 떠돌았지요

걸음마다 그리운 이름들이 떠 올라서
하늘을 쳐다보면 눈시울이 젖었지요
생각하면 부질없이 나이만 먹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알 수 있지요
그리운 이름들은 모두 구름 걸린 언덕에서
키 큰 미루나무로 살아갑니다
바람이 불면 들리시나요
그대 이름 나지막히 부르는 소리...


... 이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