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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남쪽의 초원 순난앵(아스트리드 린드그렌)

cecil-e 2008. 8. 7. 12:55
▲ 남쪽의 초원 순난앵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마리트 턴크바스 그림|마루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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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보살핌을 받아야 할 아이는 아마도 엄마 없는 아이일 것이다.

아무리 가난하고 힘든 환경이라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엄마만 있다면

 아이는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다.

하지만 물질적으로 유복한 아이라고 해도 엄마가 없다면,

아이의 마음 어딘가엔 구들장 윗목처럼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곳이 있을 것이다.

시인 정채봉이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에서 노래한 것처럼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 수 있는’ 엄마가 없다면 말이다.

엄마를 잃고 한 농부네 집에서 살게 된 오누이 마티아스와 안나는

매일 힘든 농사일을 하며 헛간에서 지낸다.

 맛없는 감자와 청어를 절인 소금물로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에게

희망이란 오로지 농한기인 겨울이 오면 열리는 마을학교에 나가는 것이다.

구두쇠 농부도 목사의 설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학교에서 가난한 두 아이는 부잣집 아이들과 도시락을 비교당하고

선생님의 매정한 태도에 상처를 받는다.

여동생 안나는 오빠 마티아스에게 “봄이 오기 전에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한다.

마치 그 하소연을 들은 듯 어디선가 빨간 새가 나타나 두 아이를 어디론가 안내한다.

눈길을 헤치고 따라간 곳에서 오누이는 빛이 새어 나오는 작은 문을 발견한다.

눈밭에 파묻힌 회색의 쓸쓸한 이 쪽 세상과는 달리 문 안쪽 세상은 벚꽃이 피고

아이들이 왁자지껄한 봄날이다. 두 오누이는 많은 친구들과 즐겁게 논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 아이가 기뻐한 것은 그곳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다.

엄마가 만들어주는 케이크와 치즈를 배불리 먹으며 행복해 하는 아이들은

그곳이 순난앵 마을이라는 사실과 그들이 들어온 작은 문을 닫으면

영원히 순난앵 마을로의 통로가 막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매일 그곳에 들르는 것을 삶의 희망으로 삼았던 두 아이는

마을학교에 가는 마지막 날 순난앵 마을로 들어가자마자 그 문을 닫아버린다.

이제 그곳으로 통하는 문은 영원히 닫힌 것이다.

빨간 새가 나무 위에 앉아 노래하는 녹색의 아름다운 순난앵 마을에서

문을 꼭 닫는 두 아이의 그림이 그려진 마지막 장에서 왠지 눈물이 고인다.

혹시 그 아이들이 육체를 벗고 ‘영원한 낙원’으로 떠나버린 것은 아닌지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순난앵 마을이 있고 안나와 마티아스가 행복해지기만 한다면,

한번 닫으면 영원히 열리지 않는 순난앵 마을로 통하는 문을 닫은 것도 용서하겠다.

정말 두 아이가 행복해지기만 한다면 말이다.

린드그렌의 동화답지 않게 아련한 감상을 일으키는 서정적 동화다.

김상열 옮김. 초등학교 저학년. 1만3천원

출처 : 사막농원
글쓴이 : segam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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