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와 시의 숲...
가을이라고 붙혀 버리자...
cecil-e
2007. 11. 25. 20:15

솜꽃인양 날아와 가슴엔 듯 내려 앉기 까지의
지난했을 거리를 가을이라고 부르자. 아니라면,


기러기 한 떼를 다 날려 보낸 뒤에도 여전히 줄어 들지 않은
저 처럼의 하늘을 가을이라고 여기자

그날 부터선 당신의 등 뒤로 바라보이는 한참의 배후를
가을이라고 느끼자
더는 기다리는 일을 견딜 수 없어서, 내가 먼저 나서고야 만
이 아침의 기척을 가을이라고 부르자

直指寺가 바라보이던 담장 앞까지 왔다가, 그 앞에서
돌아선 어느 하룻날의 사연을 가을이라고 믿어 버리자

생이 한번쯤은 더 이상 직지할 수 없는 모퉁이를 도는 동안
네가 있는 동안만 내가 있어도 되는
마음의 이런 지극한 한 순간을 가을이라고 이름 붙혀 주고 나면
마침내 돌아갈 곳이라곤 송두리째 사라져 버려선

깊은 망명의 길섶 너머로 깃드는 눈 먼 순간 같은
저녁녘 같은, 비어져 버림 하나를 가을이라고 쓰기로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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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천




지금 그대는 어디쯤 오는지
아직 와야할 길이 더 많은지
잠시 다녀오겠다던 발걸음
오시는 길에 해매이다
나를 비켜 갔는지
서글픈 사랑 안녕 지친세월 안고
홀로견딘 나의 기다림
모두 부질 없으니
그대 더딘 발걸음 서둘러 오지마
이젠 누구의 가슴에라도
그대 편히 쉬어야 할테니
차마 버릴수 없는건 그리움
같이 했던 슬픔 모두 쓰러져
함께 사랑했던 기억 만으로
놓을수 없는 목숨 하나
이어가야 하는데
서글픈 사랑 안녕
지친 세월 안고 홀로견딘
나의 기다림 모두 부질 없으니
그대 더딘 발걸음 서둘러 오지마
이제 누구의 가슴에라도
그대 편히 쉬어야 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