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단풍물 들이고...

cecil-e 2007. 11. 10. 23:37





바람이 부는 대로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었다.
바람에 파르르르~ 회오리를 일으키며
날아가는 저 나무이파리처럼...
아침 소묘를 하고 나오는데
노란 은행잎이 차 유리창에
포르르르 떨어지며 내려 앉았다.
그대로 데리고 집으로 오다
노래를 크게 틀고 턴을 했다.
‘드라이브나 좀 해야지....’
누군가 옆자리에 탔다면 재갈재갈 즐거웠을텐데...
천천히 산길을 달리면서
가을 산빛으로 나도 물들고 있었다.
노래를 더 크게 틀고 따라 부르면서...
자연이 주는 동영상!
아! 정말..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며
그리운 이들을 머릿속에 그렸다.


‘함께 있어도 좋지만
이렇게 혼자 있어도 좋구나....’ 하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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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은 오후에 본 ‘카핑 베토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음악은 신의 언어야
우리 음악가들은 인간들 중
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지...
우린 신의 목소리를 들어
신의 입술을 읽고,
우린 신의 자식들을 태어나게 하지
신을 찬양하는 자식들... 그게 음악가야
그렇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베토벤의 광적인 괴팍함 속에서 만들어지는
전율의 소리들!
나도 영화속 청중이 되어 눈물이 났다.
안나 홀츠가 해내는 또 다른 베토벤...
세상은 또 다른 베토벤을 바라지 않는다는 그를 보며
'자기 안에서 고요함의 소리'를 들어야
영혼을 노래 할 수 있다는 베토벤..
고개가 끄덕여졌다.


요즘 난,
모든 예술은 하나의 통로를 지나야
그 화려한 빛을 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주 작은 불씨 한 자락 들고 있음에도
얼마나 벅찬지...
왜 이렇게 뭐든 할 것들이 많은 건지... 매일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천천히
다듬고, 바라보고, 물들이고, 익혀야 함이
내게 작은 전율을 일으키게 한다.
가슴이 뛰고 있는 환희는 날 살게 하고 젊게 한다.
모든 걸 통해서.... 그 빛으로 곱게 익혀지고 물들여지길 바란다.
그분이 그렇게 곁에서 돌봐주실 것이다.
그래서 난...
매일이 힘들고 지쳐도 웃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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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가 사 온 만두를 수지랑 함께 먹고
오후 내내 커피를 마셨나보다.
밀린 성경 숙제로 시편과 아가서 지혜서속에서 노닐며
지혜의 산책길을 걸었다.
행복했다.
아가서속에서 나와 그리스도의 관계를 적으면서도 말이다.
어둠이 까맣게 와 있다.
오랜만에 오징어 넣고 몇 장 부친 김치전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이제야 편안한 시간으로 노래를 듣는다.
말씀 안에서 살은 오늘 그분께 감사드리며...





아침일찍 시험을 치루는 수지에게
노력한 그 이상의 열매를 딸 수 있도록
당신이 함께 하소서.
제 안을 다 들여다보시는 당신..
제 영속에 걱정되는 사람들 어루만져 주시고
사랑의 향기를 뿌려주소서.

...

그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단풍이 참 고와서요. 오늘 참 행복했어요.
당신이 물들여 주신 단풍 빛 하루에 또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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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날에는 행복하게 지내라
불행한 날에는 이 또한 행복한 날처럼
하느님께서 만드셨음을 생각하여라.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인간은 알지 못한다.

... 코헬렛 7, 14





돌담 켜켜이 지켜보았을 세월
정동길 거니는 다정한 나무들
나직한 음성 도닥여 온 흔적
매번 덕수궁 돌담길을 맴돌다 연가되지 못하고
어느 전철역 이름으로만 남았네
여태 사랑이 그랬듯
주위만 맴돌다 찾지 못하고
살짝 고개 돌려 봤다면
이름만 불러 봤다면
더 일찍 만났을 그대
연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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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노래..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