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감빛 추억하나 물들이고...
cecil-e
2007. 11. 6. 23:39

많이 추운 날이었어요.
오랜만의 산행이라 든든히 채비를 하고 나섰지요..

쑥부쟁이인가요? 구절초인가요?
용문산에 내리자마자 만난 가을 꽃...

자, 오르시지요~ㅎ 출발!!



가을 허수아비들이 축제를 벌이고...

감 하나 따면서...










마의 태자가 심었다는 저 은행나무 위로
가을 하늘 푸르고..


그 앞에서 나란히 나란히...


햇살을 따라 산으로 산으로..


일단 폼 한번 잡아보고..



걷다가 만난 물소리...


가을 아래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침 거르고 달려 온 터라..
자연의 밥상으로...


배불리고 천천히 오르면서..




어느새 지는 가을과..



이제 가을을 만들려는 것들...




곱게 내려 앉은 가을...



노랗게 부서지는 햇살은 눈부셨지...

걷다보니..
저어기~ 마당바위가 앉아서 놀다가라고...^^*





빨리 올라가 앉았어...
이수인샘과 같이~

그리고
저녁 해가 지는 걸 보며 걸어왔던 그 길로...
천천히 내려왔어..


은행잎이 그려진 나무 다리를 건너며...


걷다가 두보의 '곡강'에 젖어 발길을 멈추어 고개를 끄덕이고...

가을속에서 추억하나 꼬옥 들고서
집으로 집으로...왔지요.
.
.
감빛 추억하나 물들이고.......
아침 일찍 일어나 완두콩밥을 짓고,
셔 꼬부라진 총각무를 씻어
들기름에 달달 볶았어요.
다북하게 끓인 강된장과 잔멸치 조림,
초록빛의 깻잎을 담아 도시락을 쌌습니다.
숲속에서의 맛있는 시간을 생각하며
혼자 침을 꼴깍 삼키면서 말이죠.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고,
냉장고 서랍에 아껴 두었던 빨간 사과랑,
아몬드 몇 조각도 비닐봉지에 묶으면서
저는 참 행복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산자락 아래로 이사하느라,
큰아이 공부하러 보낸다고,
핑계 아닌 핑계로 몇 번의 산행에
참석치 못해선지 선생님들의 얼굴이
더 많이 그리웠지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던
우기의 여름을 보내기가 무섭게,
겨울바람이 가을을 데려갈까 겁도 덜컥 났고요.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을 나무를 만나러 가야 돼! 몸도 무거운 것 같고......’
구시렁대며 든든히 옷을 입고 서둘러 나왔습니다.
주머니 속에서 묵주를 꺼내 하루를
시작하는 기도를 하면서요.
제법 찬 기운이 몸을 움츠리게 했지만
코끝을 쌩~ 하며 지나는 바람은 아주 상쾌했습니다.
광나루역에서 만난 박 이사님과 최일옥선생님,
그리고 저는 반가움에 손을 맞잡고 통통 뛰었지요.
오늘의 목적지는 용문산! 은행잎자리까지 데려다 주실
이수인 선생님의 차에 모두 몸을 실었습니다.
배낭 속에 담아 온 먹거리들을 풀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달리는 유리창으로 만난 노란산국은
건조한 가슴에 촉촉한 향기를 내려놓았죠.
코스모스 소녀가 되어 가을빛을 하나씩 담기 시작했습니다.
두 시간여를 달렸나요?
커다란 은행나무가 어서 오라고 반겨주었어요.
경순왕이 신라를 고려에 넘겨줄 때
마의 태자가 금강산을 향하다가 심었다는 은행나무는
냄새 한번 아주 고약했답니다.
코를 막고 은행잎이 그려진 다리 위를 지나면서
산으로 산으로 올랐지요.
흙길을 딛고 싶었는데 사방이 다 부서진 돌들이었어요.
“이제 보니 너는 돌산이구나! 나는 흙길을 밟고 싶은데,
너는 발이 아프다구”
돌들을 내려다보며 괜히 툴툴거렸지요.
“편하게 걷는 흙길은 매일 만나지만 여기에선
저를 만나야 운동이 되는걸요.”
뾰족 돌들이 합창을 하며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요, 다양한 모습의 돌들은 편한 것만 좋아하는 제게
징검다리가 되어주었답니다.
1시간여를 오르다 물소리위에 차려놓은 자연의 밥상!
아름답고 소박했지요.
숲 그늘 아래서 호호 불며 마시는 커피 한잔은
그 어떤 까페에서 마시는 것과 비할 수 있겠어요~
제일 기다렸던 맛있는 시간으로 배를 채우고
천천히 일어섰지요.
산행을 잘 하시는 박이사님과 최일옥 선생님은
조금 더 높이 오르시고, 이수인선생님과 저는
낮게, 느린 걸음으로 나무들과 이야기하며
마당바위까지 올랐지요.
맨 꽁지로 오르면서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물소리와
자신을 다 내어주는 붉은 단풍도 찾으면서요.
갑자기 선득해진 날씨 탓일까요?
여름 내 내린 수분을 들이고 있어선지
나무들은 아직 가을이 아니었어요.
가을 맞을 준비도 없이 겨울이 들이닥쳐
움츠리고 있는 모습들이었어요.
‘저러다 그냥 제 빛을 품지도 못하고
떨어져 버리면 어쩌지?’
마음이 스산했습니다.
3시 30분까지 오르다 돌아내려오면서
저도 모르게 말갛게 웃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선생님들의 볼은 함박웃음으로
단풍 물이 들고 있었거든요.
우리 모두는 또 그렇게 감빛 추억하나 물들이면서
서울을 향해 달렸습니다.
11월! 산행의 초코렛 빛을 또 기다리면서.......
...'초록나무 이야기'에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