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cil-e 2007. 8. 22. 00:37



그냥 그렇게..
또 하루가 갔어
꼼짝 않고 앉아
무슨 생각을 그리 했는지 몰라
시간은 똑딱똑딱 동그란 길을 가는데
난 그냥 ..
가만히 앉아
커피도 한 잔 내려 마시다
고구마도 까먹다가
포도도 씹다가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를 보다가
또 질질 짰어
연타로 '이장과 면장'도 보구
벽에 기대 눈을 감고 우두커니 앉아
생각을 했지
무엇이 가슴을 두드렸는지..
왜 웃겼는지..
정리가 안되는 것들이 뒤죽박죽
이야기속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어지럽구
종이 두 장 끄적거리고..
하루가..
아니 하루도 아니지
잠깐인 저녁 시간에 그렇게 그 생각만 해봤어
내일도 온전히 그럴 수는 없지만...
자투리 시간이라도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들쑥날쑥 잡히지 않고 서성대는 것들
언제 사뿐히 내 가슴에 내려와 자리를 잡을 것인지..
오늘도 그렇게 서성대며 하루가 갔어.
...소리 듣지 못하고
별루 웃지두 못했지만...
오래전에 잠시 내려놨던 것들을
데려와 길들이고 익숙하도록 해야 할 텐데
많이 힘들고 고독하겠지만...
그리고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었던
저녁시간은 그저 평온했어
비가 좀 내려줬으면 했는데...
저녁 빛이 어스름할 땐
유난히 우체부아저씨가 그리웠지..
그래 그야말로...
모든 게 다 널려있는 편지들인데두말야..

.
.





창밖으로 하얀 구름이 둥~
아직 꺼지지 않은 불빛들이
밤별처럼 반짝이는 동네!
초록바람이 꼼실꼼실 샤 ~ 샤 ~
묵주 들고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지

오늘밤 꿈속에 난..
바람을 전하는 우체부가 되었으면 싶어..

그냥...
그럴때 있어..
그냥...





우체부 아저씨가 오지 않는 날에도
당신에게 오는
편지가 있습니다.
천천히 지나가는
구름 그림자
정원에 떨어지는
민들레 솜털
배고픈
도둑고양이 소리도
쓰레기 줍는 아저씨의
이마에 맺힌 땀도...
읽으려고만 한다면 모든 게 편지입니다.


... / 스즈키 도시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