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와 시의 숲...
길...
cecil-e
2007. 8. 20. 23:14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게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고운 이 길을 내가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요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은 까닭입니다
.../윤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