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어제..오늘도...비...
cecil-e
2007. 8. 10. 22:34

어제...
손을 잡아 드리자 눈물을 흘리시던 할머니...눈빛이
순간순간 자꾸만 떠올라 가슴이 시렸다.
기도했다.
할머니를 위한 것이 지금 떠나시는 건지...
더 뵐 수 있는 것인지...
할머니와 모두를 위해 고통이 없기를...
아이들과 만나 즐겁게 웃고
집으로 오는데 또 다시 가슴이 축축했다.
비가 어찌나 쏟아 붓던지 와이퍼를 세게 돌려도
앞이 뿌옇기만 해서 겨우겨우 집에 왔다.
스테파노의 외할머니!
나와 우리 아이들을 끔찍이 챙겨주셨던 할머니
정말 많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다.
난...아직
할머니가 끓여주시는 청국장을 호호 불며 먹고 싶고
할머니가 주시는 천 원짜리 빳빳한 세배 돈도
아직은 오래오래 더 받아보고 싶은데...
어서 툭툭 털고 일어나셨으면...
이대로 아주아주 가시지 마시기를...
.
.
.
무거운 생각으로 묵주를 들고 잠이 들었는데...
거실까지 들어온 아침햇살 땜에
눅눅한 이불을 들고 옥상으로 ~
.
.
.

그런데 이게 뭐야
종일...
비 내리다
햇살 쨍~
먹구름이 구르르르~ 흘러가다
다시 쨍쨍~
분명,
오늘도 비손님이 오신다했지만...
밀린 빨래를 서둘러 돌렸다.
'아! 다행이다~'
햇살이 환하게 산그늘을 넘어
먹구름을 멀리 보내 길래
신나서 한 아름 빨래를 안고 옥상으로 올랐다.
둥글게~ 둥글게~

집게로 집어 속옷만 빼고 한 줄로 주르르~
늘어 선 수건들과 티셔츠..
'한 시간만 바람 불어 얼른 말려주렴..'
그렇게 내려와 앉기가 무섭게
투 두 두 둑~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렸다.
후다닥 뛰어올라가 빨래를 걷으며
시원하게 비를 맞았다.
유키 녀석도 덩달아 이리저리 뛰면서
이웃집 아줌마를 보며 컹컹 짖어대며
비 세례를 맞았다.
에효~
쇼파에 내려놓고 앉기가 무섭게 또
쨍~ 쨍~ 햇살이 환하다.
"이그...그냥 놔 둘 걸~ 가자!"
유키랑 또 다시 올라갔다.

이번엔 옷걸이에다 걸어 빨래 줄에 주욱~
늘어놓고 혹시나 비가 오면
얼른 걷을 요량으로 널어두고
바람에 날라 갈까 집게를 꼭꼭 집어뒀다.
내려와 앉은 지 십 분이나 됐을까~
먹구름이 일더니 또 다시 투 두 두둑~~
'이게 모야~ 똥개 훈련하는 것도 아니 궁~'
아침도 안 먹고 울상을 하며
이리저리 뛰다보니 지치고 땀나고...
고집을 부릴 걸 부려야지..
엄마가 분명히 빨래하지 말라고 했는데...
유키를 두고 혼자 올라가 비를 쫄딱 맞으며
빨래를 느긋이 걷고 스테파노 남방 두 장만 남겨뒀다.
(분무기를 뿌려대며 구겨서 입는 거라고 일부러 구기 길래)
시원히 비도 맞고..
햇살도 구경하라고...
거실과 베란다가 온통 빨래걸이다.
눅눅한 비 냄새에 선풍기 종일 돌리고
오랜만에 비 맞고,
샤워하고,
밀린 성경공부 좀 하고,
'천국의 아이들 2' 와
'펄벅의 대지'를 보고나니 하루가 다 갔다.
오전과 이른 오후까지 빨래로 시달렸지만...
맘먹고 집에 있는 날은
오늘처럼 변덕스런 게릴라성 폭우도 그럭저럭~ ^^*
이 비로 피해가 심한 곳도 많을 텐데 말이지...
올 여름에는 빗소리 만큼이나
마음날씨도 변덕쟁이였는데...
모두 잘 되리라...
기도해본다.

또..
비가 내리시려나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