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비... 그리고..
cecil-e
2007. 7. 4. 11:00
불빛이 번쩍 거렸다.
커튼을 걷지 않아 어둑어둑한 거실..
오늘 일학년 아이들을 만나러 가야하는데...
오후에도 이러면...음..어쩌지 싶다.
빗소리가 들리는 창 가까이서 빗소리를 듣는다.
어젠 좀 후덥지근해서 상미와 점심을 먹고
수업교재 사러 동대문 서점가를 찾았었다.
문 닫기 바로 전에 도착해서 넉넉한 여유로
고르진 못했지만 메모해 둔 것들을 사고
수지가 좋아하는 빵과 주전부리를 뽀시락거리며
들고 왔는데 스테파노가 떡볶이까지 사와서
저녁이 너무 풍성했다.
속이 부담스러워
잠을 쉽게 청하지 못해
묵주기도를 하다 잠이 들었는데..
햇살도 좋지만...
오늘은 빗소리를 들려주며
아침은 또 환하게 내 자리에 와 있다.
이렇게 집에 있을 땐..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젖은 회색 빛이 넘..좋다.
이불위를 뒹구르며 멜로디를 따라부르다보니...
몇주 전에 본 영화 속 장면들이 경쾌하게 떠오른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마다 멋지게 등장했던 휴그랜트가
좀 망가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는 로맨티스트!
오후 일이 없다면 오늘은 '추억이 방울방울'을 보고 싶은 날..
일단, 내가 정한 나와의 약속을 해두고 생각해 볼일이다.
연이틀 밀렸던 묵상을 듣다가
흐트러진 내 자신을 반성했다.
엄마 말씀대로 어정어정~ 하다보면 7월도 금방 가버린다는데...
어느 정도 내 마음이 내 자신에게 억압당하고 있었는지
요즘은 그저 마음이 자꾸 무거웠다.
신부님 말씀을 들으면서 우선순위! 를 생각했다.
습관을 익숙하게 길들이기가 참 어렵지만..
그래도 해 봐야 하는 일...
아이처럼 작심삼일로 끝났던 일들...
지금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것부터 해두고 남은 것은 그때 생각해야겠다.
오전이 째깍째깍 가고 있고..
이런...또 뱃속은 꼬르륵 ~~
우리 수지는 시험치고 지금쯤 오고 있을테지...

창문을 열고,
비를 들이고,
내 마음에 햇살을 담뿍 안고,
오늘도 많이 사랑해야지...
.
.
.
이제...
늦은 아침을 준비해야겠다.
.
.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자꾸 벽에다가 걸어두지만 말고
만지고, 입고
그리고 얼굴에 문대라.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내릴 곳을 몰라 종점까지 가게 된다 할지라도
아무 보상이 없으며
오히려 핑계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사랑해라. 정각에 도착한 그 사랑에 늦으면 안 된다.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 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지 않으면
따로 앉을 수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 내릴 수도 없는 것.
그 후로 영원히 영영 어긋나고 마는 것.
만약 당신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우주를 바라보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그러다 어쩌면,
세상을 껴안다가 문득 그를 껴안고,
당신 자신을 껴안는 착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 기분에 울컥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아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당신에게
많은 걸 쏟아 놓을 것이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세상을 원하는 색으로 물들이는 기적을
당신은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동전을 듬뿍 넣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해도 당신 사랑이다.
너무 아끼는 책을 보며 넘기다가,
그만 책장이 찢어져 난감한 상황이 찾아와도
그건 당신의 사랑이다.
누군가 발로 찬 축구공에
맑은 하늘이 쨍 하고 깨져버린다 해도,
새로 산 옷에서 상표를 떼어내다가 옷 한 귀퉁이가
찢어져버린다 해도
그럴리 없겠지만 사랑으로 인해 다 휩쓸려 잃는다 해도
당신 사랑이다.
내 것이라는데,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데
다 걸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무엇 때문에 난 사랑하지 못하는가, 하고 생각하지 마라.
그건 당신이 사랑을
'누구나, 언제나 하는 흔한 것' 가운데 하나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왜 나는, 잘하는 것 하나 없으면서 사랑조차도 못하는가,
하고 자신을 못 마땅해 하지 마라.
그건 당신이 사랑을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흔한 것도 의무도 아닌 바로 당신, 자신이다.
사랑해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잃어온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사랑하고 있을 때만
당신은 비로소 당신이며,
아름다운 사람이다.
.... / 이병률 산문집 '끌림'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