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cil-e 2007. 6. 23. 01:56



어젠 장맛비라고 내린 비가
종일 세상을 촉촉이 적셨다.
우산 받고 걷기 딱 좋을 만큼의 소리를 아스팔트에 떨어뜨렸다.

1시간이 넘는 거리면 내겐 장거리라
빗길에 조심스럽게 이 노래를 들으며 달렸다.

보육원 마당엔 빗방울 소리 때문인지
아이들이 듬성듬성 보였다.
지연이가 나를 보고 달려와 1학년 아이들을
교실로 데리고 왔다.
새 책을 나눠주는데 인혁이가 안 보였다.

"퇴소했어요. 이젠 안와요."
"정말이야?"
"아뇨, 놀러 온 댔어요."

기분이 좋았다.
이 아이들이 점점 줄어 모두 가족에게로 갔으면 싶다.
1시간이 넘게 아이들 속에서 웃다가, 소리 지르다가
그렇게 동화책을 읽고 받아쓰기를 하고
칭찬세례를 빗소리만큼이나 내려주고
달콤한 사탕을 깨물곤 돌아왔다.

이사를 와서 수업을 줄였지만...
수업 가는 날 들어오는 팀은 거절을 하지 않고 하기로 했다.
다음 주부터는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몸이 좀 고단하겠지만..감사했다.

.
.

오늘 종강을 하고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모두 맛있는 점심을 먹고
방학동안의 계획을 짜고 먼저 집으로 왔다.
집에 있는 날은 수지가 집에 들려 밥을 먹고 학원을 가기 때문에
더 있지 못하고 서둘러 달려왔다.
날이 더워 삼겹살에 상추쌈으로 이른 저녁을 먹고
배달되어 온 '금단현상'을 읽었다.
'꽃이 진 자리'는 정말 마음이 찡~했다.
유키랑 둘이 있다가 일본 영화 한 편을 보고나니 깜깜해졌다.
아침 외출 때 읽다만 정시인의 시집을 몇 편 더 읽고
컴을 열었다.
이젠 컴을 조금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컴 보다는 사유하는 시간과 독서시간을 더 가져야겠다.


요즘은 무엇보다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시간이 습관이 된 것 같아 무척 감사하다.
금단현상을 읽으며 나의 금단현상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7월 초의 연수와 병행할 일들을 정리하고
일찍 자려고 했는데 벌써 1시가 휘릭~ 넘어버렸다.
우리 집은 이 시간도 훤한 대낮같으니...
하나 티비로 앙리 보며 웃느라 정신이 없다.


얼른 수박 잘라 먹고 나는 그만 자야겠다.

푸른 날..
내일도 장맛비가 내리려나...
더운 것보단 빗소리를 듣고 싶은데...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 / '버리고 떠나기' 에서 ...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 / '오두막 편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