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여러 날이 지나고...

cecil-e 2007. 6. 3. 01:54



아침 햇살이
잠을 덜어가는 바람에
이곳으로 온 후론
창문부터 열고 바람을 들여놓았다.
시들시들 거리던 화초가 쌀뜨물을 먹고
쌩글쌩글 초록 잎을 텄다.
참으로 신기하다.
정말 죽어가는 줄 알고 속상해서
쪼그리고 앉아 이야기도 들려줬는데...
새순을 트고 뾰로롱~ 깨어나다니...


낯설기만 하던 이 집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부산하게 외출하던 일들을
될 수 있으면 줄이고 집에 오래 머무르려 했다.
한 달이 되어야 정리가 된다드니
정말 한 달이 지나니 소소한 것들도
제자리를 찾았다.
맘에 드는 그림을 사려고 인사동을 거닐다
턱없이 비싼 그림앞에서서
침만 한번 꿀꺽 삼키고
삼청동 길을 거닐다 들어왔던 일들...
수업을 줄이고 오랜만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음에
작은 여유로움을 즐기는 나날들...


내가 만들었던 점토인형들과
종이 작품을 들고 액자 집을 향했다.
그이가 같이 가주어 편안하게 주문하고
박수근의 엽서 그림도 아크릴 액자로 맞추었다.
들어오는 길에
구민회관도 들려 둘러보고 프로그램을 들고 왔다.
아침 운동을 하라고 했지만..
운동만큼은 자신이 없어서 가을 즈음 그림이나
그려야겠단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
.

오늘도...
한 여름이었다.
담주에 산에 갈 행사로 회의가 있는데
기획분과에서 엄마 생신이라 빼주셨다.
우리 애들 고기 좀 먹겠다고 하더니
잠이 들어 일어나질 않았고
나와 그이만 음식점을 향해 달렸다.
길을 잘 몰라 아는 길만 다니는 내가 안 되었는지...
그이는 친절히 길 안내도 해주었다.


이모들과 엄마와 푸짐히 먹고 집으로 오면서
내일 아침 미사를 드리러 가자는 그이가 참 고마웠다.
내일은 미사 후에 시부모님을 모시고 점심을 할 생각이다.
엄마는 ‘부모는 돌아가시면 뭐든 마음에 걸린다며..’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서 잘 해드리라고 하셨다.
이모가 가져 온 화장품 세트를 만지며
외할머니께 노인네는 안 발라도 된다며
사드리지 못했던 것을 이모와 엄마는 마음 아파하셨다.

그이가 아파 피곤해해서 혼자 가려했는데
참으로 묘하게 같이 본 ‘클릭!’이란
영화가 그이 맘을 많이 감동으로 왔던 것 같다.
가족보다 일을 더 먼저 생각했던 주인공이
소중한 걸 잃어버리고
후회하는 장면을 보며 울먹였다.
'그래...무엇이 소중한지를 왜 모두들 잊고 사는 건지...'


이번 주는...
내게 참 뿌듯했던 한 주일이었다.
리듬을 잊고 있던 글쓰기를 잡을 수 있게 했고,
사목회의도 잘 마쳤고,
선생님께 밀린 메일도 보냈고,
생활성가 김정식님의 성가와 성서 말씀으로
은총도 충만했던 시간들..
오랜만에 아이들을 위해 옥수수 빵도 굽고 쿠키도 만드느라
주방에 오래 머물렀던 시간..
오랜만에 잡아 힘들고 버겁지만 단편을 하나 써낸 기쁨,
그것을 통해 깨달은 고마운 선생님의 수업시간...
좋아하는 친구와의 즐거운 수다..
보고 싶은 아이들을 만나 수업도 했는데...
중국에서 걸려 온 친구의 슬픈 전화는
자꾸 마음을 아프게 했다.
6월에 들어오면...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다.

늦은 시간에 옥션을 뒤적거려
맘에 드는 미싱 하나 찜했다.
안하게 되고 짐만 되어 버렸더니
요즘은 그저 절실히 필요하다.
이곳에서 아직 우체국을 찾지 못했다.
미처 보내지 못한 시디를 보내 주어야하고
수녀님과 고운 사람들... 손 편지 답장도 하려고
지난 주 산길을 거닐며 작은 솔방울도 주워왔는데...

..

자꾸만 까먹는 일들을 메모장에 적어두었다.
밤이 깊다..
내게 매일 매 순간 함께 하시는 그 분께 오늘도 감사하며...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두 손을 모은다.

.
.

주님,
오늘 하루도 소중히 보낼 수 있어 감사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평화를 주소서.
제가 받기보다는...
넉넉하게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
.
...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 / 랜터 윌슨 스미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