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산들바람이 불고...

cecil-e 2007. 5. 3. 08:19
..


새로운 쉼터로 옮겨진 4월이 지나고..
5월이 바람처럼 와 버렸다.





보일러를 끄고 온수만 올려놓는 나를 보며
봄이 지나고있음에 쓸쓸해지는 날들~

커튼도 해달지않은 휑한 거실로 해가 들이치고
모두 서둘러 나가고 나면 유키랑 나만 남는다.
아무도 모르는 곳..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 조금 더 눈을 붙인다는 게
오늘은 아주 곤히 잤나부다.





엄마와 상미가 온다길래
창문을 열고 일어났다.
핸드폰에 여러 개의 문자답신을 하고
클래식을 올려놓고 연둣빛 싱그런 잎들을 바라보았다.
간간히 지나는 차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
조용한 이곳..
빨리 정리가 되면 내 시간에 푹~빠질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설렌다.





옆집 담장 너머까지 내려온
이팝나무 꽃이 눈부시게 하얗다.
골목을 뛰노는 아이들의
소리만 이른 오후에 간간히 들릴 뿐
차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베란다 창틀에 고였던 빗물을 손가락으로
떨어뜨리며 이리저리 고개를 둘러보았다.
사방이 연둣빛이다,
'아! 참 좋다~~'
이렇게 바람을 들이다보면
저 잎들이 초록으로 더 진해질테지...


쉬엄쉬엄 자다가... 치우다가...
또 나른하게 멍청히 앉아있다가...
다시 일어나 손이 꺼끌해지도록 물을 묻히고...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있나보다.

그이가 너무 무리했는지 아파서 일찍 잠자리에 들고
오늘 늦잠을 잔탓인지 아직 난 버틸만한 것 같아
오랜만에 컴을 열었다.





그이가 노동절날 무거운 창고 정리를 다 해주어
정말 많이 정리가 되었다.
까페라떼를 만들어 확 트인 하늘을 보며
바람을 통째로 안으며 마셨다.
베란다 안에서만 햇살을 받던 빨래가
햇살바람에 풀 향기까지 묻혀 뽀송뽀송 즐겁게 마른다.
그래서 피곤하지만 세탁기를 여러 번 돌리고
옥상으로 뛰어가면 유키는 총 총 총 먼저 달려간다.
요 며칠 해가 좋아 긴 빨래 줄에 빨래를 너는 기쁨 또한 크다.


하루하루...
물건들이 자기 자리를 찾고
변화된 낯선 자리에 나의 숨도 내려놓는다.
공기랑 집은 좋은데 교통이 불편하다고 툴툴대던
아이들이 이젠 좋아라하니 다행이고...
어수선하게 널브러졌던 물건들을 매일매일
제자리를 잡아주느라 허리가 휘었지만...
다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들이
찾아와 내일부턴 아이들을 만나러 가니 기쁘다.
마음 같아선 집에 콩 박혀 있고싶기도한데...
당분간은 벌려놓은 일 때문에 낯익은 곳엘
자주 가야 할 것 같다.


태어나서 이렇게 일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곳에서 나를 떠나 버려진 물건들..
이곳에서 우리 모두에게 새롭게 만나진 물건들과
또 정들어야 할 테지...


하나 둘 모아두었던 영화테잎을 정리하고
책 정리를 하면서 또 많이 버려질 가방에 담아뒀다.
필요한 이들에게 주고 싶은데 그럴 여력이 없는 하루하루라
여러 보따리에 담아 계단에 내놓았다.


아직 하나 둘 더 나오고 정리해야할 일들이 많겠지만...
이만큼만 된 것에도 내 마음은 가볍다.
수지가 시험이라 일찍 와서 편한 마음으로
내일부턴 일을 봐도 될 것 같아 다행이다.


꺼끌해진 손에 크림을 듬뿍 바르고
이젠 달게 자야겠다.


그분이 주신 이 공간이
평화의 쉼터가 되어지기를 기도하면서...
엄마가 들고 오신 평화의 메세지를 바라본다.
신부님을 초대하는 날~
축성도 듬뿍 받아야지...





'이 가정에 평화를 빕니다!'

내일 아침에 거실가득 들이칠 햇살과
산들바람을 생각하며...


오늘도..
아니, 내일도..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