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cil-e 2007. 3. 7. 01:19



지난 주의 후유증으로
며칠 나른하게 지쳐있다가
달력에 쓰여진 일들을 생각하며
벌떡 일어났다.
'오후엔 아이들 만나러가야하는데..
이렇게 누워있음 안되지...'

창문을 열고 음악을 틀고 청소기를 돌렸다.
이불 속에서 붙들고 있던 전화기도
제대로 놓고 걸레질까지 하고나니
거실에 들이찬 공기가 몸을 움츠리게 했지만
아주 상쾌했다..

"딸기 먹으러 와~ 싱싱해~"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며 오후에 잠깐 들리겠다고 하고
밀린 묵상을 들으며 혼자 밥을 먹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같이 가겠다는 엘리사벳을
태우는데...
"어머 언니~ 귀여운게 앞모습이 꼭 언니를 닮았당~ 하하~
예수님 얼른 같이 타세요~"
막바지 겨울을 얘땜에 내가 참 편했는데...
"자~그럼 가자!~"
친구에게 달려가면서 기분좋게 말해주는
엘리사벳이랑 깔깔대며 웃었다.

정말 싱싱한 딸기랑 배, 그리고 사과까지 담고
친구가 타주는 커피와 인절미를 먹으며 짧은 수다를 떨었다.
코스트코에 들려 장을 보고 집에 들렸다가는
꾀가 나서 보육원 아이들을 못볼 것 같아
엘리사벳을 데리고 함께 갔다.

마당을 들어서는데 선미가 달려와 안겼다.
겨울사고로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도 못주고
방학을 했는데...그사이 부쩍 커버린 것 같았다.
녀석들은 축구하러 갔고 동화랑 은별이 진영이까지
얼굴을 부벼대며 매달렸다.
올해엔 다른 선생님이 맡을 거란 얘기를 하며
한번씩 껴안아줬더니 몸을 배배 꼬며 오늘
공부하면 안되냐고 했다.
공부하자고 할때는 놀자고 하더니만...ㅎ
언제든 볼 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했지만 2년을
같이 붙어 있어서인지 가슴이 싸아했다.
그때 2학년 꼬맹이들이 우루루 들어왔다.
5학년이 되는 아이들을 보다 작은 아이들을 보니
아고~얼마나 귀엽던지...
개구쟁이들이라 책상위를 뒹구르며
내 주위를 동그랗게 둘러섰다.

수첩에 아이들 이름을 적으며 얼굴 익히기를 하고
과자 하나씩 들려주곤 다음주부터 동화책과 만나자고 했다.
녀석들이 씩씩하게 내 이름을 불러댔고
화요일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차를 따라오며 손을 흔드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달리면서 아이들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그분이 주시는 평화와 행복만큼이나 값진 일임에 감사했다.
올해는 저 아이들이 나에게 어떤 꿈을 들려줄까~
내 안에 있는 아이와 얼마나 친해질 것인가...
아이들은 나를 언제나 이렇게 설레게 한다.
지난 주 우리 아이 전학문제로 못 갔었는데
오늘 보고와서 마음이 편했다.
엘리사벳은 울먹거리며 올때마다 자신을 데리고 와달라고 했다.
맑은 마음을 갖고 있는 모습이 참 곱고 예뻤다.

아침에 담가 두었던 빨래를 돌리고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온 딸아이와 스테이크를 구워
저녁을 먹었다.
모두 늦게 와서 혼자 먹었었는데 둘이 쌈을 먹으니
저녁다운 저녁이었고 덩달아 유키녀석까지 포식을 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탓에 꼼짝도 하기 싫지만..
내일은 수업이 많은 날이라 부지런떨어야 할 테고
아침 미사도 드릴 생각이다.
포스터덕분에 신부님과 부회장님의 감사 전화도 받았고...
주면서 얻는 기쁨은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큰 행복을 준다.

내일부턴 씽씽 봄날로 푸르게 하루를 만나야겠다.

하루는 정말 빠르게도 간다.
이러다 내가 그토록 기다렸던 노란 봄날도
놓치면 큰일인데...
자주 두리번 거려야겠다. 지나치는 바람도 잡고..
여기저기 노니는 봄의 향기도 몽땅 내 안에 들여야지...

아! 3월!
기다리던 연둣 빛 봄날이여!
아주아주 천천히..
그리고
오래오래...내 곁에 머물기를~





햇살이 좋아 베란다로 나갔던 바이올렛들을
다시 거실에 들여 놓으며...
즐거운 수다로 잘 보낸 오늘...
내일도
아직 가지 않은 겨울 속의 봄을 아끼면서 만나야 할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