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여러 날이 지나고..봄이네...

cecil-e 2007. 3. 4. 00:58



분주한 날들을 보내며
어젠 봄비를 흠뻑 맞았다.

익숙한 자리에서
새로운 자리로의 움직이려는 변화로 인해
내가 모르고 살았던 세상을
조금 더 알 수 있었고..
각기 다른 사람들의 모습속에서
혼란스러움으로 공허하기도 했던
요즘의 날들...
우리 아이들 보다도
난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나의 그분은...
그런 내게...잘하고 있다고 속삭이셨다.
나도 그렇게 믿는다.
내 생각들이 맞을 거라고...

.
.





문득...
아니, 아주 가끔...
두려움이 엄습해 올 때가 있었다.
딴 생각속에 빠졌다가 사고 날 뻔했던 아찔한 순간들..
그럴수록 묵주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그분과의 대화를 계속하며 매일을 보냈다.
아이의 전학과 원하던 학교 배정도
아이가 바라던대로 되었고..
맞물리는 사순시기로 병행했던 성당일..도
나름대로 잘 하고 있고..
짬짬히 읽으려던 책들도 읽으면서...
그렇게 보낸 요즘..
많이 지쳤는지 내 몸에서 기가
다 빠져나간 것 같아
외출 후 죽은 듯이 누워있다보면
또 환한 아침이 빠르게도 와 있곤 했다.

그렇게 짧은 2월이 서둘러 갔다.

.
.





어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아이가 배정 받은 학교엘 갔다.
교정에 물기를 뿜고 뾰초롬히 얼굴을 내미는
목련나무 아래 조금 서성이다가
성급히 피어나 물기를 흘러내리고 있는
철쭉 꽃잎에 코를 들이대며 큼큼거렸지만
물내음만 비릿했다.
비가 내려서인지 몸을 옹송그리며
우산을 받치고 이리저리 젖은 땅을 디뎠다.
춥다고 빨리 가자는 아이 앞에서
가방을 열었다 닫았다 하다가





화분에 곱게 핀 철쭉만 얼른 담고
비 맞은 목련은 가슴에만 담아두고
아이의 손에 이끌려 서둘러
골목을 빠져나오면서 나는 계속 두리번 거렸다.

이웃 담장 너머로 지난 해 미처 다 떨어지지 못하고
겨울을 보낸 단풍 잎이 젖은 몸을 돌돌 말고
처절하게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괜히 내가 슬퍼졌었다.

.
.





그렇게 또..어제가 가고..
3월은 봄비를 찰찰찰 내려놓으며
살풋~ 내 안으로 들어왔다.

아! 3월..

세상이 다 3월이다.


우선 해야 할 일을 해놓고 지쳐 쓰러졌는데
딱 20분 눈을 감았었는데...
그분은 나를 푹~ 재워주셨다.
솔직히 '십자가의 길'을 하러 성당으로 달려 갈
자신이 없었는데...
빗길을 달려 저녁미사와 '십자가의 길'을 하고
집으로 오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
.

수업을 캔슬하고 싶었는데
캔슬되어 주말 답게 편히 쉬었다.
도보성지 포스터를 붙들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스테파노가 스케치를 해주었다.
이럴땐 그이가 그림을 해서 정말 좋았다.
문구만 생각 해 뒀으면 후딱 마무리했을텐데...
딱히 성경 구절이 떠오르지 않아
내일로 미뤄두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자전거로 장을보며 나물이랑 잡곡을 조금 샀다.
나물을 볶고 오곡밥을 지어 도시락을 싸서
시댁과 아빠께 조금 가져다 드렸더니 참 좋아하셨다.
매일 얻어만 먹었는데...
이렇게 조금움직이면 되는 것을...

요즘들어 자주 힘이없어
고마운 동생이 보내준 고로쇠수액을
열심히 마시며 건강을 챙긴다.
아직 내 안에 남은 겨울에
어서 빨리...
초록의 봄이 싱그럽게 들어와 자리했음 좋겠다.

분주히 보내다
기다리던 이 봄을 놓치면 안되는데...
내일 또 비가 내리면...
팝콘처럼 꽃들이 톡톡톡 피어날지도 모르는데~
봄내음도 알싸한 바람에 묻어올지도 모르고~

정신을 차리고
그리움도 챙기고...
봄을 만나야겠지...

음...
정말 올봄은 많이많이 행복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