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와 시의 숲...

마중물 / 임의진

cecil-e 2007. 2. 15. 23:18



우리 어릴 적 펌프질로 물길어 먹을 때
마중물이란 게 있었습니다.

마중물 한 바가지 먼저 펌프 윗구멍에 붓고
부지런히 펌프질하다 보면
마중물은 어두운 땅 속 깊이 내려 가
꾹 엎드려 숨어 흐르는 거대한 물줄기 만납니다..

잠시 후
마중물과 더불어 함께 올라오는 그 큰 물줄기의 무게가
낭창하게 손에 느껴지는 감이 오졌습니다..

나 기쁨 잃고 우울하였을 때,
나 믿음 잃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방황 할 때,
나 엄두 잃고 우두커니 손 놓고 앉았을 때,

나 위하여 기쁨의 마중물이 되어 준 사람 있습니다..
내 속에 태산 같은 믿음의 마중물이 되어 준 사람 있습니다..

내 앞 서 팔 걷어 부치고 그 엄청난 큰 일,
시작할 수 있도록 마중물이 되어 준 사람 있습니다..

내 삶의 답답한 심연 속에
시원한 생수로 찾아 온 마중물 사람...
그 사람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제
나도 누군가의 마중물이 되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나도 마중물 노릇하며 살겠습니다



La Mar'ee Haute(밀물) / Lhasa De Se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