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과 동화세상

[스크랩] 노근리 이야기

cecil-e 2006. 12. 13. 22:40
»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노근리 이야기


얼마전에 <프레시안>에서 연락이 왔다.
<노근리 이야기>라는 만화책에 대해 글을 좀 써 달라는 것이다.
노근리 이야기는 박건웅이라는 만화가가 1년 동안 작업, ‘새만화책’이라는 출판사에서
출판한 대작이다. 건웅이는 그 동안 해방전후사와 제주 4.3이야기 등에 깊이 천착해 온
정말로 드문 귀한 작가다.

나는 너무도 바쁘고 책도 두꺼워 시간이 없다고 했다가 그래도 건웅이와 새 만화책에서
이렇게 애써 만든 건데 싶어 밤늦게 책을 폈는데 금방 읽고 멍하게 있다가 쓴 글이 아래와 같다.

처음 박건웅이 준 책을 받았을 때 그 두터운 부피감과 그림의 이쁨으로 충분히 뻑적지근한
물건이라고 느꼈는데 책을 펴니 역시 이제는 다듬어져 모양이 갖춰지는 그림, 서정적이면서
잔잔한 연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호흡…. 역시 건웅이다, 건웅이가 큰 일을 했다.
이런 후배가 있어 너무나 믿음직스럽고 든든하다…. 이런 칭찬을 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미술계의 신학철 선배가 한 “한국 전쟁에 대한 글을 읽고 밤새도록 울었다”는 말이
생각났다. 난 그러지를 못 했는데…. 그래서 그 형은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거야….

이렇게 한 장 한 장 책장이 넘어가고 이야기가 고개를 넘어 가니 아, 그런 생각조차 없어져버렸다.
단숨에 다 읽고 책을 덮으니 말조차 막혀버렸다. 그저 먹먹할 뿐… 그저 먹먹할 뿐.

그러다 밤이 늦어 몸을 씻으니 그제서야 뱃속에서 끄억 끄억 끄억 울음이 올라온다.
신열처럼 밤이 지나갔다.
지금도 내 마음 자락은 노근리의 들을, 기찻길을, 굴 속을 헤메고 있다.



Stranger On The Shore / Acker Bilk

출처 : 함께 하는 세상
글쓴이 : 행복한 바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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