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보고,읽고..
나는 행복합니다..
cecil-e
2006. 11. 12. 23:52

나는 평생을 그림을 그리며 살아왔다.
그림도 누구의 주문을 받고 그리거나
시대의 유행을 따라 그린적은 한번도 없다.
내가 그리고 싶지 않은 그림을 그리는건
내 그림이 아니란 생각이다.
그 대신 나는 남에게 피해주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처음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을때
나를 맡아 교육을 시키시던 고모님께서는
매를 때리며 말렸었다.
그때 나는 밤에 일어나 조용히 그림을 그렸다.
좋아하는것을 고집대로하되
남에게는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데 흔히 사람들은
남의 일에 관심을 참 많이 가지는것 같다.
선의든 악의든 또는 호기심에서든
어떤 경우에라도 당사자에게는 달가운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인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왜 선입관을 가지고
남의 생각이나 뜻에
지나치게 관심과 신경을 쏟는지 모르겠다
자기 생각대로 솔직하게 자기를 보이고
주장하는 것이 남에게는 떳떳하게 받아들여질 것이고,
그래야 자기발전도 생길 터인데 말이다

소학교 3학때 미술시간에
까치를 그려낸 적이 있었다.
나는 책에 있는 그대로 그리질 않고
온통 까맣게 색칠을 해서 내 마음에 드는 까치를
그려서 냈다. 그랬더니 성적이' 병'으로 나왔다.
그런데 얼마뒤 내 그림이
전 일본아동미술전에 뽑히고 나니까 그때부터는
무슨 그림을 그리든 선생님은 최고 점수
'갑상'을 주는 것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뭔가 우스워 보였다.
먼저 자기 마음대로 해보는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참된 자기 것을 가질수 있기에.

연전에 통도사에 간적이 있었다.
어떤 암자 앞을 지나가는데
노스님 한 분이 '뭐하는 사람이여?' 하고 물으셨다.
'까치 그리는 사람입니다.'
'입산을 했더라면 일찍 도 꾼이 됐을 것인데...'
'그림 그리는것도 길입니다.'
그분이 유명한 경봉스님이었다.
그렇다
평생 남의 눈치 안보고 그림만 그리며 살아왔으니
나야말로 행복한 자임에 틀림없다.
... / 장욱진